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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즈 - 카페 대림창고

본문

◆ 건축물주소
성수동2가 322-32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78

◆ 모던 타임즈 - 카페 대림창고
바쁜 출근길, 지옥철이라고 흔히들 부르는 콩나물 시루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면
정작 출근도 하기 전이건만 진이 다 빠지기 마련이다.
“잠시만요. 저 좀 내릴게요!”
그렇게 겨우 사람들을 비집고 2호선에서 내리면 비슷한 옷, 같은 표정의 사람들이 줄지어
개찰구로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작, ‘모던
타임즈’가 절로 떠오른다. 영화는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지만 끝나고 나면 알게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찝찝하게 남는다. 이 위대한 시대의 영화가 산업 혁명 이후 사회의 부품처
럼 여겨지는 사람들과 그로 인해 소실된 인간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혁명 이후
이분법적 사고로 기능성과 이성이 각광받게 되면서 세상은 오래된 것들, 기능적이지 못한
것들을 ‘쓸모없는 것들’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 때 쯤 고층 건물이 생겼다. 기능성에 의
해 ‘더 높게’가 건축의 미학으로 인식되며 도시라고 부르는 곳들은 하늘을 보기도 힘들만
큼 높은 건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오죽하면 ‘빌딩숲’이란 단어까지 생겼다. 도시에 현
대인들이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성수의 풍경은 여느 서울의 도심과는 조금
다르다. 90년대에는 공장지대로, 현재는 오피스 지대로 역할해온 성수는 이 두 시대가 혼
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 성수이로
78번지에 위치한 대림창고이다. 빨간 벽돌, 투박한 형태, 두꺼운 철문 등 근대화의 이미지
를 품은 창고는 키 큰 오피스 빌딩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자아낸다. 대림 창고 주변으로 늘
어선 오피스 건물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마치 모
던 타임즈 속 기계처럼 나사를 조이던 채플린의 그것처럼.
“아- 오늘 피곤한데 커피 한잔 할까?”
그런 하루 끝에 이 한마디는 무엇을 뜻할까. 현대인에게 커피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음료를 마시는 공간과 그 사이를 채우는 대화, 편한 사람과 보내는 비생산의 시간들은 마
치 바쁘게 살아왔던 삶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진다. 카페 대림 창고는 그런 의미와 더불어
팍팍한 오피스 건물과 근대 공장들이 외곽으로 이주하고 남은 잔재 속에서 ‘시간’의 의미
를 찾아내 지나간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일례로 어렸을 때부터 살던 집에
다 커서 가본 적이 있는가.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공간은 마천동 달동네의 반지하 공간이
였다. 어른이 되어 찾아가보았을 때, 누가 봐도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코
끝이 시큰하기도, 엄마와 이야기 나누며 다시 살아보고 싶기도 한 묘한 경험을 했었다. 이
처럼 공간은 인생의 변곡점을 함께하며 일생에 획을 긋는 의미를 가질 만큼 시간에 종속
되어 있다. 건축물의 불변성이 갖는 최고의 미학인 것이다. 대림창고는 성실했다. 1970년
정미소로 시작해서 90년 대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까지 그 자리에서 몇 십년 간 같은 모습
으로 성실히 수명을 다했다. 건축물은 언뜻 영원해보이지만 각자의 수명이 있다. 몇 천년
간 존재했던 건축물들은 관광명소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그것은 이름 있
는 건축물의 삶일 뿐, 이름 없는 건축물들은 관리되지 않고, 유행이 지나고, 기능에 불편
함이 생기면 사라진다. 그것이 건축물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이다. 성수는 오랫동안 서울
내 공장지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울 내 공장들은 외곽으로 가거나 사라져갔다.
더 이상 창고로서 기능은 사라졌고 붉은 벽돌을 쌓아올린 투박한 형태는 이미 한참 전 유
행이 지나버렸다. 이름 없는 건축물의 수명이 끝난 것이다. 그냥 두었으면 대림창고는 수
많은 건물들이 그러하듯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 때 수명이 다한 이름 없는 건
축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 해 전, 젊은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욕구를 충
족시킬 특별한 장소를 물색했고 수명이 끝난 공장은 그들의 눈에 가능성 넘치는 공간으로
재해석되었다. 건축물이 이름을 갖는 방식은 간단하다. 공간이 누군가의 인생에 흔적을 남
기며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 듯 그저 잊혀져가는 건물에 누군가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주면 건축물은 비로소 이름을 갖게 된다. 대림 공장을 발견한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미 누
군가의 흔적으로 가득한 공간을 무작정 부수고 새로 짓는 파괴적인 방식보다 그 시간 위
에 자신들의 시간을 덧칠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채워나갔다. 시간을 박재해 박물관에 넣어
두는 대신 도시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게 재발견된 공간은 누군
가에게 다시 특별한 의미와 기억이 되기 시작했다. 쾌쾌한 냄새가 나던 오래된 공장을 커
피 향으로 채우고 창고 특유의 공허함이 머물던 벽면엔 젊은 아티스트들의 기발한 작품들
이 자리했다. 버려진 창고였던 장소는 피곤한 업무에 지친 회사원들과 답답한 빌딩숲에 지
친 도시인들의 치유공간이 되었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바꿔놓은 공간에서 저마다 시간을
보내며 흔적을 남기고 그 시간들은 다시 장소에 오롯이 축적되는 상호작용의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되짚어보는 여유를 얻고 오래된 공간은 다시 이름을 얻는다. 어쩌면 영화
모던타임즈도 산업혁명을 풍자하며 되돌아보게 만드는 한편으로 영화를 볼 여유를 권유하
는 것이 아니였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카페 대림 창고는 그것에 담긴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한편 커피 한잔의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닐까. 현대판 모던타임즈는 오늘도 문을
연다. 가쁜 호흡으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함께 열심히 살아온 주변 동료들에게 ‘커피 한잔?’이란 말로 여유를 권유해보는 것은 어떨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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